#1. 이사회, 왜 알아야 할까요?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크고 작은 결정의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을 대표이사 혼자 결정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아니오'입니다. 주식회사에서는 회사의 중요한 업무를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이사회'를 두고 있습니다.
이사회는 회사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모든 이사(Director)로 구성된 회의체입니다. 회사의 주요 경영 방침을 정하고 대표이사의 업무 집행을 감독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만약 법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을 이사회 결의 없이 대표이사 단독으로 처리한다면, 대외적 거래 행위는 원칙적으로 유효하지만 거래 상대방이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 그 결정은 법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으며, 대표이사는 상법 제399조에 따라 회사에 끼친 손해에 대해 배상 책임을 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안정적인 회사 운영과 법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어떤 사항을 이사회에서 결의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결의해야 법적으로 유효한지 정확히 아는 것은 모든 경영자의 필수 지식입니다. 본문에서는 상법에 명시된 필수 이사회 결의 사항부터 정족수 계산법, 의사록 작성까지 실무 핵심 내용을 총정리해 드립니다.
#2. 반드시 거쳐야 하는 상법상 필수 결의 항목
우리 상법은 회사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업무들을 반드시 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법에 정해진 필수 이사회 결의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2.1. 자산 처분 및 대규모 자금 차입(빌리는 돈)의 기준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르면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와 '대규모 재산의 차입'은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또는 '대규모'의 기준이 법에 액수로 명확히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법원 판례는 단순히 자산의 가액뿐만 아니라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회사의 규모와 경영 상태 ▲자산의 보유 목적 ▲회사의 일상적인 업무와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표이사에게만 맡기는 것이 타당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할 때, 상장회사 등에 적용되는 자본시장법 규정을 참고해 볼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최근 사업연도 말 자산 총액 대비 10% 이상 규모의 자산 양수도를 '중요한' 사항으로 보고 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매출액이나 부채 총액은 판단 기준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는 상법상 이사회 결의의 직접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실무에서 중요성을 판단하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판례 중에는 자산 총계의 약 5%에 해당하는 부동산 처분도 회사의 영업 비중 등을 고려하여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 따라서 일상적인 영업 활동을 벗어나는 규모의 자산 거래나 자금 대출은 이사회 결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2.2. 지점 설치·이전·폐지 및 대표이사 선임과 해임
회사의 사업 확장이나 축소와 관련된 지점의 설치(원칙적으로 이사회의 결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전, 폐지 역시 원칙적으로 이사회의 결정이 필요하지만, 이사가 2명 이하인 회사 등 예외적인 경우에는 이사(대표이사)의 결정으로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회사를 대표하고 업무를 총괄하는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상법 제389조 제1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이사회의 권한이지만, 정관으로 주주총회에서 선정하도록 정할 수 있는 예외도 인정됩니다. 해임하는 것 역시 원칙적으로 이사회의 권한이지만, 정관에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 주주총회를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2.3. 신주 발행(증자) 및 사채 발행 등 자본금 변동 사항
회사의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상법 제416조에 따라 새로 주식을 발행(유상증자)하거나, 회사 운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상법 제469조 제1항에 따라 채권(사채)을 발행하는 것 또한 원칙적으로 이사회 결의 사항입니다. 이는 회사 자본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에도 변동을 줄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관에 '주주총회에서 결정한다'고 별도로 정해둔 경우에는 주주총회에서 결의할 수도 있습니다.
#2.4. 이사·회사 간 거래(자기거래) 승인 시 가중된 결의 요건
이사가 자기 개인의 이익을 위해 회사와 거래(자기거래)를 할 경우에는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사가 소유한 건물을 회사에 비싼 값에 팔거나, 회사 자금을 낮은 이자로 빌리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 상충을 막기 위해 상법 제398조는 이사가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를 할 때, 미리 이사회에서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 사실을 모두 밝히고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는 일반적인 이사회 결의(재적 과반수 출석, 출석 과반수 찬성)보다 훨씬 까다로운 요건이 적용됩니다. 이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와는 다른, 이사회 내에서의 가중된 의결 요건으로, 이사 3분의 2 이상의 수가 찬성해야만 해당 거래가 승인될 수 있습니다.
#3. 유효한 결의를 위한 정족수 계산 및 의결권 제한
이사회 결의가 법적으로 유효하려면 정해진 인원수 요건, 즉 '정족수'를 반드시 채워야 합니다. 정족수를 잘못 계산하여 진행된 결의는 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정확히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3.1. 원칙: 재적이사 과반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 찬성
상법 제391조 제1항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원칙적으로 재적이사(등기된 이사 전원)의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한 이사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재적이사가 5명인 회사라면 최소 3명 이상이 출석해야 이사회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만약 3명이 출석했다면, 그중 과반수인 2명 이상이 찬성해야 안건이 가결됩니다. 정관을 통해 이 기준을 더 높게 설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법에서 정한 기준보다 낮추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3.2. 특별이해관계가 있는 이사의 의결권은 어떻게 될까요?
만약 특정 안건에 대해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이사, 즉 '특별이해관계인'이 있다면 그 이사는 해당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공정한 결의를 위해 이해관계 당사자를 투표에서 제외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 이사와 회사 간의 자기거래를 승인하는 안건이라면 A 이사는 직접적인 당사자이므로 투표할 수 없습니다.
- 회의 성립(출석) 여부 판단: 특별이해관계인도 재적이사 수에는 포함됩니다. 즉, 회의가 열리기 위한 출석 인원에는 포함시켜 계산합니다.
- 안건 가결(찬성) 여부 판단: 실제 투표에서는 출석이사 수에서 제외됩니다. 즉,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 수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재적이사 5명(A, B, C, D, E) 중 A가 특별이해관계인인 안건을 다룬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A, B, C 3명이 출석했다면 재적이사 과반수(3명)가 출석했으므로 회의는 유효하게 시작됩니다. 하지만 안건 가결을 위한 출석이사 수는 A를 제외한 2명(B, C)이 됩니다. 따라서 2명 중 과반수인 2명 모두가 찬성해야 안건이 통과됩니다.
단, 대표이사 선임 및 해임 안건의 경우, 당사자인 이사는 특별이해관계인으로 보지 않아 정상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4. 자본금 10억 미만 소규모 회사(이사 1~2인) 특례 규정
상법은 자본금 총액이 10억 원 미만인 회사를 '소규모 회사'로 보고, 상법 제383조 제1항에 따라 이사를 3명 미만(1명 또는 2명)으로 둘 수 있는 특례를 두고 있습니다.
#4.1. 이사회가 없는 소규모 회사는 주주총회 또는 대표이사가 결정
이사회는 이사가 3명 이상일 때 구성되는 회의체이므로, 이사가 1명 또는 2명인 소규모 회사는 법적으로 이사회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기존에 이사회가 하던 역할은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주주총회나 대표이사(또는 각 이사)가 나누어 맡게 됩니다.
- 주주총회 결정 사항: 신주 발행, 사채 발행, 이사의 자기거래 승인 등 이사의 권한 남용이 우려되거나 회사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사안은 주주총회의 결의로 결정합니다.
- 대표이사(또는 각 이사) 결정 사항: 상법 제383조 제6항에 따른 중요한 자산의 처분, 대규모 재산의 차입, 지점 설치·폐지 등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명시된 일반적인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은 대표이사(또는 각 이사)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소규모 회사는 이사회 운영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어떤 사안을 누가 결정해야 하는지 명확히 구분하여 법적 절차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5. 반려 없는 이사회 의사록 작성 및 공증 실무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는 사실과 그 내용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사회 의사록'을 작성해야 합니다. 이 의사록은 나중에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되며, 특정 등기 신청 시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합니다.
#5.1. 등기 신청 시 필수 기재 사항과 기명날인 요령
상법 제391조의3에 따르면 이사회 의사록에는 의사의 안건, 경과 요령, 결과뿐만 아니라 반대하는 자와 그 반대 이유를 포함한 다음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 의사의 안건: 어떤 주제를 논의했는지 명확하게 기재합니다.
- 경과 요령: 안건에 대해 어떤 논의 과정이 있었는지 요약하여 기재합니다.
- 결과: 각 안건이 가결되었는지, 부결되었는지 그 결과를 명시하고 찬성, 반대 의사 수를 적습니다.
- 반대하는 자와 그 반대 이유: 안건에 반대한 이사가 있다면 그 이사의 이름과 반대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 출석한 이사 및 감사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 회의에 출석한 모든 이사와 감사가 의사록 내용을 확인하고 각자의 이름 옆에 도장을 찍거나 서명해야 법적 효력이 발생합니다. 실무적으로 여기서 등기 반려를 막기 위한 중요한 날인 요령이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일반 도장(막도장)도 사용 가능하지만, 공증 및 등기 절차의 안정성을 위해 참석자 전원의 개인 인감도장을 날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또한 의사록이 2장 이상일 경우 실무적으로는 '간인'을 권장합니다. 상법상 간인이 법적 필수 의무는 아니지만, 문서의 위조나 페이지 교체를 방지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절차입니다.
특히 대표이사 변경이나 본점 이전 등 법인 등기부등본의 내용을 변경해야 하는 안건을 결의한 경우, 해당 이사회 의사록은 원칙적으로 공증인의 인증(공증)을 받아야 등기소에 제출할 수 있습니다(다만 소규모 회사의 서면 결의 등 예외적인 경우에는 공증이 면제될 수 있습니다). 공증을 받을 때는 의사록 원본, 법인 등기부등본, 정관, 법인 인감증명서, 출석 이사들의 개인 인감증명서 등이 필요하니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증 수수료는 법무부령인 '공증인 수수료 규칙'에 따라 정해져 있으며 임의로 변경할 수 없습니다. 법인 등기 절차에 첨부되는 의사록 인증 수수료는 일반적으로 3만 원입니다. 하지만 유상증자 결의와 같이 자본금 변동과 관련된 안건은 그 금액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사전에 공증인에게 문의하여 정확한 비용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정확한 절차 준수가 경영권을 보호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이사회 결의는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법적으로 유효하게 만드는 필수적인 안전장치입니다. 절차가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상법에서 정한 필수 결의 항목을 빠뜨리거나 정족수를 잘못 계산하는 등의 실수는 나중에 더 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사회 결의 절차의 하자는 상대방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오늘 알아본 필수 결의 사항과 정족수 계산법, 의사록 작성 요령을 꼼꼼히 체크하여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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