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을 설립할 때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고민은 "과연 얼마가 있어야 허가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흔히 말하는 '자본금'은 재단법인에서 출연재산(재단을 세우기 위해 내놓는 재산)이라고 부릅니다.
2026년 현재 주무관청의 심사 기준은 과거보다 훨씬 꼼꼼해졌습니다. 법에 딱 정해진 금액은 없지만, 실제 허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실수치'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반려 없는 허가를 위한 실무 가이드를 정리해 드립니다.
#1. 법령에 없는 '최저 자본금', 주무관청이 요구하는 이유
우리나라 민법 제32조를 보면 비영리법인을 세울 때 구체적으로 얼마가 필요하다는 숫자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대법원 판례 또한 법령상 구체적인 설립 허가 기준이 없음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주무관청(허가를 내주는 정부 부처나 지자체)에서 "이 정도 돈은 있어야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라는 내부 심사 기준을 가지고 허가 여부를 결정합니다.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핵심 허가 기준
재단법인은 '재산의 모임'입니다. 사단법인이 '사람의 모임'이라서 매달 내는 회비로 운영될 수 있는 것과 달리, 재단법인은 처음 내놓은 재산에서 발생하는 이자나 수익만으로 운영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관청에서는 "이 돈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내년에도, 후년에도 목적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주무관청별 내부 지침이 실질적인 커트라인인 이유
각 부처나 지자체는 사업 성격에 따라 내부적인 '허가 가이드라인'을 운영합니다. 예를 들어 장학금을 주는 재단인데 재산이 너무 적어서 이자가 푼돈이라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줄 수 없으니 허가를 내주지 않는 식입니다. 2026년 현재는 금리 변동에 따라 이 수익 구조를 과거보다 더 엄격하게 검토하는 추세입니다.
#2. 2026년 분야별·지역별 실무 자본금(출연금) 가이드라인
지역과 사업 목적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2026년 행정 실무에서 통용되는 분야별 최저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확한 금액은 반드시 설립하려는 지역의 관할 부서에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장학재단: 지역 교육청 기준에 따라 최소 5억~10억 원 이상
장학 사업은 현금이 직접 나가는 사업이므로 기준이 높습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2026년부터 공익법인 설립을 위한 최소 기본재산 기준을 **10억 원**으로 상향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장학사업 목적의 경우 5억 원 이상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재단: 통상 3억~5억 원 수준 형성
전시나 공연 등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재단은 장학재단보다는 기준이 조금 낮은 편입니다. 실무적으로는 3억 원에서 5억 원 내외로 형성되지만, 활동 범위가 전국 단위라면 5억 원 이상을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회복지·학술재단: 10억 원 이상의 구체적 예산 증빙 필수
복지재단은 시설 운영 여부에 따라 수십억 원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2026년 현재 서울시 교육청 소관 학술재단은 최소 10억 원 이상의 기본재산이 필요합니다. 사회복지 지원법인 역시 지자체에 따라 10억~20억 원 이상의 출연을 요구받는 것이 일반적인 실무 기준입니다.
#3. 재산의 전략적 구성: 기본재산과 운영재산의 차이
재단법인을 세울 때는 내놓은 돈을 두 가지 주머니로 나눠야 합니다. 이 비율을 잘 맞춰야 나중에 법인을 운영하기 편합니다.
#기본재산: 법인의 뼈대가 되는 '금고 속 원금'
기본재산은 법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핵심 자산입니다. 정관(법인의 운영 규칙을 담은 문서)에 그 금액이 명시되며, 법인이 사라지기 전까지 주무관청의 허가 없이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없습니다. 만약 허가 없이 기본재산을 처분하면 그 행위는 법적으로 무효가 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운영재산: 활동비로 바로 쓰는 '지갑 속 용돈'
운영재산은 사무실 임대료, 인건비 등 실제 활동비로 즉시 지출 가능한 자금입니다. 법인을 세울 때 전체 출연금의 10%~20% 정도를 운영재산으로 편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모든 돈을 기본재산에 넣으면 나중에 복사 용지 한 장 살 때도 관청 허가를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생길 수 있습니다.
#부동산·주식 출연 시 유의사항
현금 대신 건물이나 땅, 주식을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가치는 감정평가액이나 실제 매매가액 등을 기준으로 산정합니다. 다만, 부동산에 담보(대출)가 잡혀 있다면 그만큼은 재산으로 인정받기 어렵거나 아예 허가가 나지 않을 수 있으니 미리 확인이 필요합니다.
#4. 설립 허가 반려를 막는 운영 계획 수립 전략
단순히 돈만 많다고 허가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2026년 기준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의 논리'입니다.
#이자 수익만으로 재단 운영이 가능한지 입증하기
관청에서는 보통 연 1~3% 정도의 보수적인 이자 수익률을 가정합니다. 예를 들어 5억 원을 출연했을 때 나오는 이자가 연 1,000만 원인데, 계획서상 사업비로 연 5,000만 원을 쓴다고 적으면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려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부족한 부분을 기부금으로 채우겠다는 구체적인 약정서 등을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수익용 재산과 소유용 재산의 올바른 배분
- 수익용: 예금이나 임대 건물처럼 돈을 벌어다 주는 재산
- 소유용: 재단 사무실처럼 직접 사용하는 재산
재산의 대부분이 사무실(소유용)이라면 사업비로 쓸 이자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관청에서는 목적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수익용 재산'이 충분한지를 꼼꼼히 따집니다.
#5. 세제 혜택을 위한 공익법인 지정 및 사후 관리
재단을 만든 후 세금 혜택을 받으려면 자동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추가 절차가 필요합니다.
#공익법인 지정 요건 확인
설립 후에는 반드시 '공익법인'으로 신청해서 지정을 받아야 기부금에 대한 세금 혜택이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정관에 "해산할 때 남은 재산은 국가나 유사한 목적의 공익법인에 넘긴다"라는 조항과 "홈페이지에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개한다"는 약속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증여세 면제를 위한 필수 체크리스트
개인이나 기업이 재단에 재산을 내놓을 때 증여세를 내지 않으려면 다음 사항을 지켜야 합니다.
- 3년 이내 사용: 출연받은 재산은 3년 이내에 직접 공익 목적 사업에 사용해야 합니다.
- 이사회 구성 제한: 출연자나 그 가족 등 특수관계인(가족이나 친척 등 가까운 사람)이 이사 수의 5분의 1(20%)을 넘어서는 안 됩니다. 이를 어기면 해당 이사와 관련된 경비 전체에 대해 가산세(벌금 성격의 세금)가 부과됩니다.
재단법인 설립은 준비할 서류도 많고 기준도 까다롭지만,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훌륭한 시작입니다. 2026년 현재 각 관청의 기준이 조금씩 다르므로, 서류를 접수하기 전 반드시 전문가나 관할 부서 담당자와 미리 상담해 보시길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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